‘처녀출전’ 있는데 ‘총각출전’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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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상민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3-05-07 16:26본문
주로 스포츠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로 ‘처녀출전’이라는 것이 있다. 처녀출전이 있으면 당연히 ‘총각출전’이 있어야 한다.
스포츠는 처녀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총각들도 스포츠를 한다. 그러나 참 희한한 게 총각출전이라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보질 못했다.
물론 웃자고 한 말이다. ‘처녀출전’이라는 것이 처녀들이 출전했다고 해서 부르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출전한 것을 일컫는 말이다. ‘처녀’는 원래 결혼하지 않은 성년 여자, 구체적으론 성적 경험이 없는 여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순수하고 깨끗하다는 의미에서 ‘처녀’란 말이 ‘처음’ 또는 ‘첫’이라는 뜻으로 다른 단어와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처녀’와 결합한 말로는 ‘처녀작’ ‘처녀우승’ ‘처녀비행’ ‘처녀항해’ 등 많다. 이런 조어가 만들어진 것은 영어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다. 처녀림(virgin forest), 처녀비행(maiden flight), 처녀항해(maiden voyage), 처녀연설(maiden speech) 등이 영어에 있는 표현이다. 이들을 번역하면서 접하게 된 표현들이 우리말에도 적용되면서 ‘처녀출전’과 같은 말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견해다.
어쨌거나 ‘처음’이란 뜻으로 굳이 ‘처녀-’라는 말을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여성의 성적·신체적인 면을 이용한 이런 표현이 남성 중심적 사상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다. ‘처음 출전’ ‘첫 우승’ ‘최초 비행’ 등처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표현인 ‘처음, 첫, 최초’를 사용해도 의미를 전달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http://www.joongang.co.kr/article/21126836#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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